수메르의 생명나무 기록

생명나무에 관한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중동과 지중해의 여러 나라에 퍼져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통이 어디에서 기원이 있었을까?

생명나무 이야기는 에집트와 페니키아에 있고, 크레테 섬에도 그리스에도 널리 퍼져 있고, 에투르리아 (토스칸 지방)에 있으며, 아라비아 반도에, 페르시아에도 널려 있다. 그러한 여러 기록 중에도 가장 오래된 것은 수메르인의 기록이다. [이 글은 찌렐리 교수의 글을 참조하였다. (Evlampia Tsireli, Aristotle University of Thessaloniki, “The Tree in the Garden of Eden and its Possible Origins,” EABS Conference Meeting, Thessaloniki 2011.)]

1. 글로 적은 기록
 이 수메르인은 아리안족도 셈족도 아니었다. 이들은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으켰으나, 그들의 경제 규모는 보잘 것 없었다. 메소포타미아에 밀려 들어온 셈족은 이들의 문화를 이어받았고, 후일에 아카드, 아씨리아, 바빌론 등의 문명이 이 지역에서 일어났다.

길자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에는 길자메시의 친구 엔키두(Enkidu)가 죽은 다음에 청춘을 회복하려고 不老樹를 찾는다. 우트나피시팀(Utnapishtim)이 불로수가 바닷 속 깊이 있다고 하여, 바닷 속에서 불로수를 찾아내고, 이것을 “늙은이가 젊은이로 변하는” 나무라고 이름을 짓는다. 길자메시는 “이것을 먹고 젊을 때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하지만, 그가 목욕하고 있는 사이에, 뱀이 불로초의 향기를 맡고 불로초를 가지고 달아난다. 뱀은 불로초를 먹고 난 다음에 허물을 벗는다.

길자메시 서사시의 4부에는 훌루푸(Huluppu) 나무가 유프라테스 강변에 심겨 있었는데, 하늘의 여신 이나나(Inanna)가 이 나무를 우룩의 거룩한 동산에 심었다. 이 나무로 의자와 벤치를 만들려고 했는데, 힘센 뱀이 지키고 있었다. 길자메시가 뱀을 쫓아내고 그 나무로 부꾸(pukku, 우리 말로 북과 비슷하다)와 mikku ((북치는) 막대기도 미꾸와 소리가 비슷하다)를 만들었다가 지옥으로 떨어뜨렸는데, 죽었던 엔키두가 이를 지상으로 가져온다.

위의 두 이야기 모두가 뱀이 생명나무 주위에 있다고 한다.

2. 수메르인의 유물
 수메르인은 글자를 처음으로 발명했고, 글 쓸 재료가 마땅치 않아 진흙 서판에 글을 쓰고 원통형의 도장을 그 위에 굴려서 찍었다. 다음의 바빌론 원통형 도장은 기원전 2200년에 만들었는데 흔히 아담과 이브의 인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남자와 여자가 있고 뱀이 거룩한 나무 좌우에 있기 때문이다.


綠泥石 원형 인장, 기원전 2200-2100년. 대영 박물관.

이른바 모세 5경은 모세가 쓴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사제들의 기록은 에즈라가 바빌론에서 돌아온 뒤에, 그리고 야웨파 기록도 기원전 6-5세기에 썼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그러나 홍수와 천국 이야기도 포함하여, 수메르인의 불로수 또는 거룩한 나무 이야기는 창세기의 기록보다 천년도 더 앞선다.
그러니 이 인장은 수메르인의 생명나무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요, 창세기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아니다. (기원전 587년에 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나서 3만 여명이 바빌론에 끌려 갔다가 바빌론 사람들로부터 생명나무 이야기를 얻어들은 것이다.)
수메르인의 복장을 보면 창세기에 적혀 있다시피, 나뭇잎으로 된 치마를 사람들이 걸치고 있었고, 건축 자재가 진흙밖에 없어, 진흙을 빚어 지꾸랏(ziggurat)을 지었다. 이들은 글을 적을 종이같은 재료가 없어, 진흙 서판에 생명나무 이야기와 천국 이야기, 그리고 홍수 이야기를 썼다.





(아마도) 생명나무 꽃. 기원전 3300-300년 경. 브락에서 출토.


우르남무 비석의 조각. 우르 3기 (기원전 2097-2080년 경), 우르에서 출토. 왼쪽에 생명나무가 있고, 바른 쪽에 임금 또는 사제가 이른 지킨다.



딜문에 배로 보낼 옷가지를 받았다는 영수증. 기원전 2028년. 이비신 임금 원년. 우르 출토. 딜문이라는 곳이 천국이었다는 전설이 있다. 딜문에는 사자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지 않고 이리가 양을 덮치지 않는다고 한다.
후일에 메소포타미아를 점령한 셈족들이 북쪽에는 아카드 제국, 남쪽에는 바빌론 제국을 세웠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경제 규모가 커져서, 돌로 궁전을 짓고, 수메르인에게서 물려받은 생명나무의 이야기를 돌에 새기곤 하였다.



건물 기초에 넣은 동상. 기원전 2112-2095년. 우륵의 이난나 성전에서 출토. 한국 여인이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니는 것은 수메르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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